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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역사적 원천과 풍속 통제의 자연화」, 논문 요약 2018년 2월 발간 예정. 본문
「보이지 않는 역사적 원천과 풍속 통제의 자연화」, 논문 요약 2018년 2월 발간 예정.
권명아
(논문 요약)
혐오발화는 선량함을 입증할 책임을 표적 대상에게 전가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태가 증오정치이고 인권 침해이며 소수자에 대한 말살이라는 것을 전면화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선량함’과 ‘문란함’에 대한 논란을 지배적 담론으로 만들게 된다. 이런 심문 방식은 바로 파시즘 정치의 특징이고, 파시즘이 심문을 일상화시키는 것은 바로 이런 정체성 심문의 증오정치를 통해서이다. 파시즘이 국가 권력 단위만이 아니라, 생체 단위에도 각인된 권력의 작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이런 식으로 혐오발화의 표적이 되는 대상 집단이 사회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자율성을 박탈하는 게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풍속 통제와 관련하여 2017년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발상이다. 예를 들면 성소수자 문제와 전혀 달라 보이는 청소년 인권 조례에 대한 논란이 그 예이다. 성소수자 인권과 청소년 인권에 대해서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집단은 특정 ‘사회’ 내부 기강(군대와 학교)이 문란해질 우려가 있다며 법적으로 인권을 침해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풍속 통제라는 역사적, 법적 원천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려서 문제가 ‘인권’과 ‘자율성’의 문제로 전도되는 일은 단지 청소년 인권 조례 사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가 제정이 무산된 과정에도 이런 문제는 다시 반복되었다. 2016년 12월에는 인천에서 2017년 2월에는 대구 달서구에서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가 무산되었다. 극우단체의 집요한 반대가 그 원인이었다.
학생인권 조례,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 서울시 인권 조례,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하는 집단은 공히 ‘청소년 문제’와 ‘성소수자 문제’를 연결해서 증오선동의 담론을 구성한다. 청소년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당사자가 아닌 ‘교화 주체’(학교, 학부모 및 교화 집단)가 맡을 수 있고 ‘악영향의 염려와 우려’만으로도 이들 교화 주체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념은 풍속 통제의 전형적 이념이다. 청소년 당사자의 발언권과 인권은 전혀 무시된 채 학교, 교회, 기타 단체들이 이 사태에 개입하고 문제제기하고 저지할 수 있는 ‘법적’이고 ‘공적인’ 근거나 타당성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풍속 통제의 자연화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차별을 정당화하고 증오선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청소년 보호, 성소수자의 격리와 분리라는 오래된 풍속 통제의 인간 분류학을 자연스럽게 반복하고 전유하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고 징후적이다.
풍속 통제는 여성, 청소년, 성적, 인종적 소수자에 대한 분류와 관리와 격리의 이념적 통제가 되고 있는 동시에 ‘부랑자’ 통제처럼 노동 기율화와 노동 관리의 도덕화 된 정당화 도구로 작동한다.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에 대한 재계와 보수 기독교 단체, 극우 단체의 반대 논리는 풍속 통제가 증오 선동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전유되는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차별에 반대하는 해방의 정치를 반박하는 증오 선동의 논리(혐오발화의 담론 구조)가 인권의 문제를 “혁명사상의 주입”, “기존 질서의 붕괴”, “막시즘 사상의 새로운 형태(네오 막시즘)”이라거나 “소수자, 페미니즘, 젠더 개념으로 정상적 가정과 학교, 국가 등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규정하는 방식은 흥미롭다.(「극우단체가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반대한 ‘기막힌’ 이유」, 김규현, 뉴스민, 2017년 2월 3일.)
풍속 통제가 만든 인간 분류학이 사회질서를 붕괴시키고, 안녕 질서, 미풍양속을 침해하는 집단이라는 무규정적 규정으로 특정 집단을 ‘부적절한 존재’로 분류하고 이런 분류학이 국민/비국민의 분류학으로 이어진 역사는 이렇게 반복된다. 학생인권 조례,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 서울시 인권 조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증오선동의 담론 구조가 청소년에 대한 교화의 정당성과 부적절한 자의 분리와 격리(성소수자에 대한 격리)의 논리를 ‘종북세력’, ‘혁명 세력’, 사회 붕괴세력의 논리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사의 산물로서 비판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수용된 존재들은 지금까지 차별받고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해왔지만 ‘교화’, ‘보호’, ‘관리’의 이름으로 차별이 정당화되어 왔다. 차별이 교화가 될 때 차별에 저항하는 정치적 주체화는 교화와 관리, 보호의 이름으로 억압되고 저지된다. 지금 차별금지법과 인권 조례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바로 이런 맥락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혐오발화를 통해 증오선동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집단은 학생인권 조례,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 차별금지법 같은 하나하나의 사례를 반대하는 것 뿐 아니라, 이들 집단이 정치적 주체화할 수 있는 권리, 바로 그 자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 집단이 정치적 주체가 될 권리, 정치적 주체로서 자기 해방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정당화 논리가 바로 풍속 통제 이념이 증오 정치의 역사적 원천이 되는 지점이다. 앞서 논의했던 고등학생의 정치 활동에 대해 학생 지도를 명분으로 학교 당국의 원천 봉쇄를 시도한 사례 역시 전형적이다.
*** 「극우단체가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반대한 ‘기막힌’ 이유」, 앞글. 중 <극우 단체가 실제로 내건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에 반대하는 5가지 이유>
(인용문)
우리나라 헌법과 노동3권법이 잘 만들어져있고 이것으로 근로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례를 별도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노동권보다 경영권을 우선시합니다. 이는 직장이 없이는 노동력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시민 단체의 실상으로 보아 9~24세 청소년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노동권만 가르치고 계급 투쟁적인 이념을 주입시킨다면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강성노조국가입니다.
기존법과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게 경영권보다 노동권을 우선시하는 조례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인권법 속에는 부도덕한 동성애나 근친상간, 수간 같은 추악한 것을 보장하려는 법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조례가 만들어진다면, 비정상적인 동성애 등을 정상이라고 교육하게 되고 불결한 성관계로 인해 “에이즈” 병을 확산시킨 범죄자로 역사가 반드시 심판하게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용문)
***<관련 자료 및 기사>
「갈색머리 자연산 인증해라, 무너진 학생인권조례」, 한소범 기자, 한국일보, 2017년 1월 5일자.
http://hankookilbo.com/m/v/666d7921adde483eb05a3bb60d05c94f
오승재 시민기자, 「그들이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반대하는 '진짜 이유': 인천시의회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처리 보류 사태에 고한다」, 오마이뉴스, 2016년 12월 29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74741
「극우단체가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반대한 ‘기막힌’ 이유」, 김규현, 뉴스민, 2017년 2월 3일.
http://www.newsmin.co.kr/news/17549/
「대전학생인권 조례안 교육위원회 심의 결과 '보류'」,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2017. 1. 1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81360&PAGE_CD=N0002&CMPT_CD=M0118
학생 인권 조례 관련하여 <학교 자율성>대 <인권 침해> 사이의 대결 정리
http://m.hani.co.kr/arti/society/schooling/780662.html#cb#csidx5c7d06fba5bfab694a65708d6ae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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