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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현재성, 항쟁의 현재성: '부산 사람 되기', 존엄과 결단의 순간들> 본문
<학살의 현재성, 항쟁의 현재성: '부산 사람 되기', 존엄과 결단의 순간들>
1. 지고 싶지 않은 마음, 서울에 가지 않겠다는 결단
"선생님, 제가 3년 넘게 열심히 취업 활동을 하고 내린 결론은, 어떤 방향으로 취업 준비를 해도, 결국 서울로 가야만 되는 구조라는 거였고,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무엇보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부 하고 싶어요."
얼마 전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다며 찾아온 A의 말이다. 학부 내내 연구소에서 활동했고, 공부를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취업을 해보고 싶다고 던 A. 그녀가 3년간 부대낀 날들은 '지방 청년 문제' 통계에서는 "취업 활동 포기자" 00 명으로만 기록될 것이다.
또 그녀의 결단은 어떤 곳에서도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A는 서울에 가야만 취업을 할 수 있는 이 구조를 통해 개인의 취업 문제가 지역 차별과 지방대 차별, 산업구조의 수도권 집중의 겹겹의 구조와 싸우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면서, "지고 싶지 않다"는 결단을 내린다.
A는 지방대생이고 부산 사람이라서 부산에 남은 게 아니라, 이 겹겹의 차별 구조에 저항하는 결단으로 부산에 있기로 결심했다.
A는 태어난 귀속적 자질로서 (주어진 것으로서) 부산 사람의 자리에서, 차별에 대한 저항과 결단으로서 부산 사람의 자리로 이동하는, 그녀의 인생에서도, 부산 사람 되기의 역사에서도 사건적인 이행을 감행했다.
2. 서면 집회에 참여하기라는 낯선 체험, 지역적인 것과 공통 감각
앞서 글에서도 논의 했듯이, 부산에서 서면 집회에 참여하는 건 문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정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10대 20대가 개별 혹은 집단으로 서면 집회에 참여하는 건 더욱 어렵다.
그런데 그 문턱은 어떻게 갑자기 낮아진 걸까. 비상 계엄이 만든 형언하기 어려운 공통 감각 때문이다.
한편, 2008년 집회와 비교한다면 서면 집회에서 이전에 나타난 '지역적 일체감'은 비교적 약해졌다. 자료로 보는 서울 집회는 아이돌 음악 중심의 집회였다고 하는데, 서면 집회에 참가한 많은 젊은 세대가 응원봉을 들고 모였지만, 막상 잘 모르는 운동가요, 민중 가요 일변도의 집회가 이어졌다.
춤 추고 노래하는 집회는 아니었는데, 참가자들은 모두 공통의 언어들 속에서 누군가는 맨손을, 누군가는 피켓을, 누군가는 응원봉을 흔들었다.
부산 집회에서는 '축제' 분위기보다는 "대통령 탄핵, 체포, 국힘당 해산"에 모두가 입을 모으는데 집중된 분위기였다.
민중 총궐기 때에도 광장의 표상을 서울이 대표하는 것에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부산에서도 서울 집회를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서면 집회에 참여하는 건 여건의 문제(서울 가기 어려운 상황 등)도 있지만, 여건 문제와는 또다른 의미로 서면 집회에 간다는, 주어진 지역적 조건들에 어떤 식으로이건 연루되고 결속 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집회 처음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탄핵 집회 참여의 기억과 함께 '서면 집회' 참여라는 지역과의 특별한 결속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이 계기는 앞서 사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주어진 귀속적 자질로서,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산 사람'이라는 자리에서 적극적인 연결과 결속의 정치적 행위로서 '부산 사람 되기'의 결단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3. 호명 당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과 부산 사람 되기: 학살은 왜 수치를 동반하는가
일요일 저녁에서 월요일 오전 사이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부산 시민 여러분 한 번 더 국민의 힘을 지켜주십시오"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을 상대로 학살을 자행하겠다는 실행을 선언한 정치 세력이, 그 위기를 '부산 시민'에게 전가하여 세력을 보존하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이 호명에 응답하는 '부산 사람 되기'의 의례도 이어질 것이며, 그 의례야말로 보는 이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홀로코스트의 나치들이 인간을 학살하는 일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반면, 오히려 학살 당하는 이들이 그 상황에 대해 '인간으로서 차마 얼굴을 들고 보고 싶지 않아, 얼굴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말 그대로의 수치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사태', 바로 그런 의미에서의 수치심 말이다. (수치심의 어원이 '얼굴을 가리다'라는 의미에서도)
게다가 이 수치심이 '부산 시민 여러분'의 이름으로의 호명을 통해 이뤄졌기에, '부산 시민'은 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집단들의 죄를 도저히 얼굴을 들고 마주할 수 없는,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대신 짊어지게 된 것이다.
4.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절연과 결단의 사건으로서 '부산 사람 되기'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부산 사람 되기'는 '수치인가 존엄인가'를 두고 오래된, 위로부터 호명되는 '부산 사람 되기'와 절연하고, 다른 부산 사람 되기의 길을 내는 결단의 역사적 순간에 놓여있다.
서면 집회의 상징성이 2016년과도, 2008년과도 같을 수 없고, 또 다른 지역과 공통적이면서도 지역의 주권성을 향한 뚜렷한 감각과 의식이 새겨진 그런 걸음들이 될 수밖에 없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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