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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한국영화가 생각하는 한국영화 본문
1. <서울의 봄> 텔레비전용 광고를 보고 잠시 뜨악했다. (티저나 광고 영상 아카이브에서는 아직 찾지 못함.) "한국 영화 위기를 타개할 영화"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런 자막으로 광고가 진행되었다.
왜 한국 영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서울의 봄>을 보러 가야하는 거지?
'역사'나 정치성, 광주 학살도 아닌, 한국 영화 위기라니.
물론 <서울의 봄>의 바이럴이 "정우성의 전두환 죽이기 연작"인데서도 잘 드러나듯이, 이 영화는 탈정치성을 강조했던 <헌트>의 연장에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영화를 위해서 <서울의 봄>을 보러가자"는 광고 카피는 한국영화가 감각하는 오늘날의 한국영화, 그 정동 정치의 흐름 속에서 비평할 필요가 있겠다.
2. 한국영화와 극장의 젠더어펙트
이 광고는 청룡 영화제 중간에 나왔는데. 청룡 영화제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밀수> 제작사인 외유내강의 대표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한국 영화 관객수가 코로나 이후 급락해서 여러 고민이 많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극장'에 대한 최근의 여러 논의에는 좀 거리를 두게 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한국에서 참으로 제한적이다. 접근성에서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관련해서 본다면 동네마다 멀티플렉스가 있어서 쉬는 시간에 잠시 극장에 다녀올 수 있는 건 서울과 수도권 몇개 지역 뿐이다. 부산과 같은 도시에서도 해운대나 동래 정도. 부산에서도 사하구나 서구는 동틀어 극장이 1곳 뿐이다.
한국 영화는 '극장'을 어떻게 상상하나? 혹은 극장에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상하면서, 감사하고 있을까?
<서울의 봄> 광고 티저 영상은 오늘날 한국영화에서 <극장>과 <관객>에 대한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의 관객은 어떻게 상상되나?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은 "잠시 아이를 맡기고 영화관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존재이다. 육아를 전담하는 게 꼭 여성은 아니지만, 이 카피가 그런 점을 고려했다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육아를 전담하는 존재로 상상되는 특정 연령대의 여성, 그리고 그녀들이 극장에 갈 수 있는 접근성에 내재한 장애, 지역, 계급, 그리고 젠더 차별과 관련한 어떤 인식의 변화나 그 단초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 영화가 상상하는 한국영화는 이러하다.
3. 지역도 지역 여성들(해녀)의 삶과 역사에도 아무 관심없는, 소년들의 판타지, 밀수
밀수와 해녀의 삶에 대해서는 지역사와 지역 젠더사에서 많은 논의가 축적되고 진행 중이다. <밀수>를 보면서 2023년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걸 떠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밀수>는 해녀나 해녀 공동체에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녀와 밀수, 지역으로 연결되는 역사에 대한 변화된 관점과 연구조차 이 작품은 거의 무관심하다.
이 영화는 그런 방향보다는 1970년대를 리바이벌하는 스타일, 한국 관객들도 OTT 서비스를 통해 자주 만나는 그 스타일에 골몰한다.
특히 영국 영화나 드라마가 197,80년대 지방을 재현하는 방식을 <밀수>는 참 편하게 반복한다.
지역이나 해녀들의 삶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70년대 유럽스타일과 70년대 음악에 물두한다.
<밀수>를 보다보면 감독이 영화를 <70년대 음악 뮤비>를 만들려고 한건가 의아할 정도이다.
<밀수>에 대한 바이럴이 '조인성 벽칼 씬'이 전부인 이유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며 거의 불쾌하달까 그런 느낌까지 드는 건 <밀수>가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같은 배우를 거의 대사 없는 엑스트라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점이다.
김혜수와 염정아, 고민시 등 여성 배우가 한국 영화 중 비중이 높은 영화이지만, 한국 영화의 스타의존도와 거기서 비롯되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밀수>는 그대로 반복한다. 적어도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같은 배우를 이렇게 대사도 없는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한국 영화가 위기를 맞는 건 너무 당연하고, 이런 한국 영화를 응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의구심도 든다. 이런 한국 영화의 미래는 과연 누구를, 어디를 위한 것일까.
<밀수>에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같은 중견 여배우들을 엑스트라로 사용한 건 이 영화가 해녀,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와 삶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채, 몇몇 스타를 활용해 감독에게 익숙한 소년들의 무용담에 70년대 복고 스타일을 얹은 안이함의 결과이기도 하다.
김재화 주연의 2023년 독립영화, <그녀에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3609
박준면 주연 독립영화 <아빠는 외계인>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9381
박경혜 주연 영화 리본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1197#photoId=1475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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