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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심판: 백래쉬 경향과 페미니스트 음모론

alice11 2021. 5. 12. 15:23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자꾸 무기력해집니다."

 

"결국 반페미니즘 백래쉬를 막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보궐선거 이후 매일 하루 한포 페미니즘 차별 선동에 저항하는 글쓰기를 이어갔습니다. 지금 잠시 소원한 건 무기력해지거나 포기해서는 아니고....(연구소 일이 너무 많아서.....흠^^;;;)

 

*젠더사 연구가 인간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갖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

 

제가 전근대 시대까지는 연구를 못해봐서 모르지만

 

적어도 근대 체제에서 반동의 시대는 항상 있었습니다. 일제 시기 조선의 페미니즘 운동은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나키즘적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 등 다양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1920년대 들어서면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거의 해외로 망명해야했고 1930년대에는 '신여성의 죽음과 몰락'이 담론장을 채웁니다. 페미니즘은 해방의 정치가 아닌 스캔들로 가십거리가 되어버립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페미니즘 운동의 몰락이 신여성의 잘못된 실천 아니 행실 때문이라고 비난하기 급급했습니다. 이렇게 내부에 축적된 여성혐오의 경향은 전시동원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폭발하고 제국의 국책 논리를 나르는 매개가 됩니다. 

 

총후부인이라는 전시동원체제가 필요로 하는 여성상을 만들기 위해 제국 일본은 적극적으로 '신여성 죽이기' 정책을 폈고 이는 '좋은 조선인 만들기'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진행이 되었지요.

 

신여성은 기록이라도 남겨놓았으나, 당시 기사를 보면 종로 3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해서 일을 못구해 길에서 굶어죽는 여성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루어지곤 합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여성의 죽음이 곧 여성의 실패, 페미니즘의 잘못이라고 논의했지요. 

그러나 질문을 바꾸어 보면 이렇습니다. "여성들은 왜 죽음을 무릎쓰고 '해방'을 향해 나아갔을까요?"

 

죽은 그녀들은 그녀들이 꿈꾼 세상을 살아보지 못했으나, 그녀들이 죽음을 무릎쓰고 나아간 덕택에 오늘의 세계는 존재합니다. 즉 식민지와 성차별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바꾸어나가 다른 세상을 만들어온 건 바로 그녀들의 죽음을 무릎쓴 나아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죽음을 무릎쓴 나아감은 1950년대 <이브의 범죄>라는 이름으로 다뤄진 어떤 여성들의 역사에도, 오늘까지도 필사된 것이라고 부정되는 유서로 남아있는 어떤 여성들의 역사에도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강간으로, 인터넷 공격으로 속수무책 여성들이 죽어갈 때

이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고도 느꼈지만

 

그럼에도 역시 필사적으로 싸워온 존재들 덕택에 조금은 다른 세상을 열었고 살아보았습니다. 

 

지금 이 도저한 증오선동의 한가운데에서

누구도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 공격으로 여성을 죽여도 되는 시대로 되돌아가고 싶은 여성은 아무도 없고, 대부분의 남성들 역시 그러합니다.

 

오늘의 우리는 적어도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다른 지역의 운동 사례를 보면, 백래쉬에 직면해서 운동을 그만두는 선언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지금 이 증오선동의 한가운데서 스스로 페미니스트였다는 선언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만나지만, 그들이 페미니스트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지금껏 페미니즘을 이용해온 걸 자신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국면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어제도 그 전에도 페미니스트로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던 많은 동료 페미니스트들은 누구도 페미니즘 운동을 그만둔다거나 페미니스트이기를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네요.

 

다들 한결같이 잠도 못자고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근현대사가 그러했듯이

 

빨갱이 사냥이 아무렇지 않은 시대에 그렇게 살던 사람들도

빨갱이 사냥이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시대를 살고, 또 그런 세상을 경험하고 나면

아무리 유사한 증오선동과 반동의 물결이 거세지더라도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여성을 죽여도 좋은 시대에 그렇게 살던 사람들도

증오선동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일이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시대를 살고, 또 그런 세상을 경험하고 나면

아무리 유사한 증오선동과 반동의 물결이 거세지더라도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군대나 국가 기구를 통해서 그런 반동을 강제할 수는 있습니다.

국가기구가 그런 반동을 더욱 가속화해서, 역사의 시간을 되돌이키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민심'이나 여론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다투는 의견이라고도 불러서는 안됩니다.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역사가 보여주듯이

중오선동, 학살과 사냥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런 역사의 심판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죽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하니 오늘의 이 도저한 반동의 시대를 기억하고 투쟁하는 우리는

이 증오선동과 학살과 사냥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릴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내일 혹은 내년이 아니더라도

그날은 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40600015&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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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khan.co.kr

 

http://h2.khan.co.kr/202105131719001?fbclid=IwAR26qzUHsNfVVB1ANwWBs9MXEum2X1XeUGl3qoI5GzTArBCCby-eXPcT0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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