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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몰운대 일기 (21)
alicewonderland
블로그에 "지방대 교수의 하루" 폴더가 있다. 지방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도 여러 유형이 있고, 서울에서 학위를 받고 지방대로 오는 교수도 여러 유형이 있다. 지방대 교수로서의 삶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여러가지로 검열이 많이 된다. 자기검열을 포함. 며칠 전 페북 탐라에 "지방대 교수로서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떨어진다"는 페친 선생님 글을 보고. 짧게라도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서 오늘예야 잠시 간략한 글을 남기고. 이후에도 이러저러 글을 써보고 싶다. 1. 만족도저의 경우로 말하자면, 만족도가 낮을 이유가 무엇일까, 싶다. "정규직 교수" 자리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지방대"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지나?아니면 정규직인 것은 만족하지만, 그외에 나머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
혼자 해본 전공 개편(!)으로 2024년도 1학기부터 대학원에서 전공 관련 교과목을 신설했다. 24년 1학기에는 참여 학생의 전공과 관심을 고려해서 커리큘럼을 수정 보완했다. 특히 근대 문화 유산과 로컬리티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어가는 중. 관련 자료를 찾으면 항상 만나는 강동진 선생님의 최근 저작. 총 12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소의 과거 지도와 현재를 대비해서 설명해주시면서 장소성의 변화를 다각도로 설명해주신다. 부산을 구석구석 다녀야 하는 이유. 구석구석 다니기 방법으로 걷기, 부산 시장 다녀보기, 마을버스 타기를 제시하셨다. 이번 학기 이 책을 교재로 매주 하나의 이야기 장소를 답사해서 답사 기록을 발표하는 게 매주 하는 수업 활동. 주로 유학생들이 답사 활동을 하고, 답사기를 발표하기로 함. 나..
장소가 체화된다는 것, 극장과 일드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 살았고 20살에서 41살까지 20여년을 줄곧 하루의 반경이 신촌 근처를 벗어난 적이 크게 없었다. 1980년대에도 아마 전국에서 가장 극장이 많은 곳이었을 터. 극장에 가는 일은 그저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 중 하나였다. 학교 가기 전에 극장에 가기도 하고 공강 시간에 극장 가기, 연구실 생활할 때는 저녁 먹고 극장 가기, 퇴근하고 심야보기 등 하루에 극장을 몇 번 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연구자로 살기 시작하고는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신촌을 나가는 걸 제외하고는 줄곧 연구실 언저리에서 생활을 했다. 하긴 그래서 대학원 후배들이 나를 놀리며 붙여준 별명이 "여고괴담"이었다. 언제부터 교실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항상 있고 언제나 있..
"먹고 사는 게 전쟁이예요!" 주말 학교는 적막하다. 그래서 주말에 학교에 나와 있기를 좋아한다. 적막한 학교에서, 기이하지만 비로소 이곳에 대한 애착이 샘솟는다. 그건 아마 사람 없는, 비시즌의 평일, 해운대에서 비로소 해운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발견하는 일과 유사한 것 같다.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하단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여기서 17년 정도를 지낸 터니까. 정신승리인가 어찌 되었든 이곳에 정을 붙이게 되었다. 하단에 정을 붙이게 된 매개 중 으뜸은 동네 단골 가게들이다. 그 가게들도 계속 사라지고 있지만. 오늘 동네 산책을 하다보니 이 없어졌다. 동아대 승학 캠퍼스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던 분식집이었다. 몇달 전인가 갔을 때 사장님이 서울로 검사받으러 가신다는 말씀을 얼핏 들었었는데...
이정임 작가의 , ,곳간 2022 이정임 작가 작품에 대해 언젠가 꼭 글을 쓰고 싶었는데. 미루다 미루다 못쓸 것 같아. 새 작품이 나온 김에 몇 자 메모를 남겨봅니다. 나는 지역출신이 아니여서 지역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더많이 갖게된다. 이미 내가 소유한 상징자본이 그 기회 지분에 물론 얹힌다. 그렇지만 이 기회는 또 내가 이주자여도 부산에 대해 말할 권리를 소리높여 외치며 싸워온 결과 쟁취한 것이다. 이주자의 말할 권리를 싸우며 여기 살 권리 여기 사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싸운 여정이기도 했다. 일터의 관계는 처음이나 십여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국 어디나 매일반일 대학과 그 언저리 관계일 뿐이다. 여기서 지역성은 "우리가 남이가"의 평균 이상과 이하를 넘나든다. 그 '우리' 역시 대학의 노예적 ..
"서울 출신들은 '우리'랑은 다르지." 겹겹의 이곳 출신인 선생은 학생들에게 '우리 선생'의 경계를 노골적으로 강조하곤 했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 선생'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은 '우리 일'이 아니다. 꽤 길게 '우리'의 벽과 싸우고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사실 그건 내 선의나 열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선생으로서 나는 어떤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과연 내 자리는 있나라는 번민은 지금도 나를 과로사 직전으로 몰아가며 나를 스스로 몰아치는 회초리다. 그렇게 아마 영원히 '우리 선생'도 '우리 일 하는 사람'도 되지 못하겠지만 그와는 다른 뾰족한 내 자리도 매겨지고 있는 것 같다. 젠더어펙트 연구자 선생님. 뾰족하게 내 정체가 널리 알려져서 알 수 없는 힘겨움도 있지만 아주 작..
포털과 지방뉴스 올해 9월에 국내학술대회 관련한 보도는 포털에서 다 검색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국제학술대회 보도는 검색이 안되어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최근 들어 포털에서 지역 신문을 다 빼버렸다고 하네요. 연합뉴스 관련한 보도는 계속 보았는데. 지역 신문이 왜 포털에서 완전 삭제되었는지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조금 상태를 찾아보느라고 검색을 해보니 부산일보, 국제신문은 네이버에서 아예 검색에 안뜨는데요. 어제 오늘 가장 핫한 부산 뉴스 부산대 No 교수존 기사는 여러 매체에서 계속 재생산 중이고. 한겨레가 어제 낸 기사를 시간표기상으로는다른 매체들이 계속 퍼나르고 확산하고 있고, 부산일보에서는 오늘 기사화하신 모양인데. 이 기사만 네이버 포털에는 오롯하게 걸려있고, 부산일보의 오늘 가장 많이 ..
이틀 간의 국제 심포지엄을 마치고 라디오 들으면서 커피 한잔 하는 오후. 1. 한국, 대만, 일본 혹은 트랜스내셔널을 넘어선 새로운 젠더어펙트 연구 연결성 좀 긴 지속성 속에서 공동 연구를 하고 싶어서 첸페이전 선생님과는 계속 여러 자리를 만들고 있다. 나이토 치즈코 선생님과는 좌담부터 카시cassi로 이어지는 정말 긴 연구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한 달에 한번 모임을 하면서 공동연구 기획을 하고 있다. 특별한 제안을 드린 건 아니고 매번 두 분 선생님이 지금 하고 계신 연구를 청해 듣는 자리인데 항상 뭔가 우리 연구팀의 주제와 맞닿아 있어서 신기하다. 이번에는 특히 과거와 어떤 연결성이 없는 듯한 현재의 상황들을 역사와 신체적 연결성 속에서 해석하고 교육하는 연구를 제시해주셔서 공부하는 재미에 ..
꽤 여러번 참가했던 AAS. AAS에 대해 생각하면 몇가지 소회가 떠오른다.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온통 돈 생각 뿐이었던 기억, 다른 학교에서는 참가만 해도 지원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좌절감.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던 학회는 좀 흥미로운 관찰의 기회이기도 했다. 장소성은 망각되고 메리어트만 기억에 남은! 역시 돈이 없어서 그 화려한 5성급 호텔 룸을 몇명이 쪼개 쓰면서 5성급 호텔 침실을 써보지도 못한 채 구석마다 처박혀서 발표 준비를 하던 연구자들 풍경도 그 중 하나. 왜인지 자꾸 울리는 화재경보로 자꾸 호텔 바깥으로 대피하던 풍경. 무엇보다 메리어트 세미나 룸에서 아시아에 대해 발표하는 메인 스피커는 거의 전부 미국의 백인 남성 지식인이고 아시아에서 온 학자들도, ..
세계가 사라진 자리의 어떤 피로: 오염된 아비의 머리를 자르는 무의미한 행위의 무한 반복 이번 학기는 월요일 오전 수업 피드백을 일요일부터 해야해서 일요일이 업무 시작일이 되어버렸네요. 다들 지치는 날들 어떠신지. ----- 텍스트 분석이 직업인 사람들은 '주말에 영화 한편', '쉬는 김에 본 영화' 이런 리듬이 거의 어렵다. 물론 그렇게 하는 분들도 계셔서 존경! 무엇이든 보는 건 분석 강박에서 놓여나기가 어려워서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때 보는 일이 거의 없다. 항상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봐야해서 보게되는 식. 그런데도 직업병이라 쉴 때도 뭔가 보고 싶다^^;; 그래서 시작한 게 일드. 일단 일어 공부라는 알리바이가 있어서 오로지 어학 공부용으로만 본다, 일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