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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고령사회, 협동조합, 말 하는 힘: 교토 고령자 대학 본문
2015년 6월 17일, 교토 고령자 대학
능력이 될 지 모르지만, 일본에 머무는 동안 조사하고 공부하고 싶은 주제 중 하나가, 고령 사회에서의 자치적 자율적 모임의 형태와 방향성이다.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들.
1. 돌봄과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자치와 자율적 주체로서 '고령자' 집단
고령자 사회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면도 많지만, 대조적인 부분도 많다. 고독사 같은 사회 현상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본 고령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기 위한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움직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노인 복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많지만, 고령자 자치 조직에 관심이 없는 것은 노인을 자치나 자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노인은 부양의 대상이거나 돌봄의 대상으로 간주할 뿐이다.
2. 나이듦에 따라 관계성과 협동 형식을 바꾸는 사례: 교토 고령자생활협동 조합
오늘 고령자 대학 방문은 카츠무라 선생님이 담당하고 계시는 강좌를 청강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이뤄졌다.
고령자 대학은 <바이오 대학> 부설 기관이지만, 그 내부에 강좌나 모임 구성은 교토 고령자 생활 협동 조합이 주관한다. 사실 오늘 강의는 요즘 너무나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헌법 9조 개헌에 대한 주요한 비판을 담도 있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정리.
강의 후에 만나 고령자생활협동조합 분들의 이야기를 잠깐 듣고, 깜짝 놀랄만큼 흥미롭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조합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료를 보내주시기로 해서, 그때 더 자세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분들은 거의 1923~5년생으로, 현재 8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인데, 너무나 활기차고 젊어 보인다는 점이다. 신기할 정도이다. 일본 노인분들이 사실상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게 산다. 이것은 단지 '건강 관리' 비법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자들의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메커니즘 덕이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연구해보고 싶다.
교토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은 운래 <중국잔류 일본인 고아 모임>(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자료를 받으면 다시 확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여기서, 속으로 와우~~~ 환호성을 질렀다. 연구자는 별 수 없다^^)
이 분들은 중국에서 패전을 맞아 고향인 교토로 돌아왔고, 패전 당시 거의 중학생 정도였다고 한다. 돌아와서 성인이 된 후에는 <평화와 원폭의 고통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15년전부터 모임 구성원들이 거의 고령자가 되면서 <고령자 생활 협동 조합>을 만들었다.
3. 말 하는 힘을 갖고 싶다. 자치와 자율적 삶에 대한 열정
고령자 생활 협동 조합 분들이 강의 후에 카츠무라 선생님께 이러저러 의견을 내시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이 분들의 열정과 자치에 대한 기본 관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분들은 강사분들의 말씀을 듣는 자리보다는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 "나도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르고 싶다고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해서 조합원들이 이 장소의 의미가 이슬비가 스며들듯이 그렇게 자기 몸에 스며들도록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오늘 강의는 아베 정권의 개헌 논리를 헌법적 관점에서 비판한 전문적인 내용이었음에도 다들 너무 진지하게 공부하고, 토론하셔서 좀 놀랐다.
4. 나이든 '동지들'은 다 어디가셨나?
일본에서 사회 운동이나 문화 운동 단체에 가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어디든 정말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 분들은 대체로 이전부터 '운동'에 관여해오신 분들이다. 나이들어서 현장에서는 멀어졌지만, 쉬지 않고 서로 만나서 공부 하고 이야기하고, 사회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이런 나이든 분들이 중심이 된 모임에 함께 하기를 꺼려한다는 게, 단점이다.^^
물론, 학계에서도 자주 만나듯이, 이전의 운동권 세대의 기억을 총체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고, 전공투 세대의 한계를 분명하게 할 필요도 있다.
다만 내가 고민하는 것은, 그들 '한때 치열했던'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고 싶은 것. 특히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나는 지식순환협동조합이 그런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사실 나도 이미 50을 바라보는 나이이고, 이른바 386세대도 이미 50대, 70년대 학번들은 60대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 문제이지만, 한 예를 들어 대학을 나온 세대에 국한해도 이미 한국의 사회, 문화 운동 세대도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년에 대해 어떤 방식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상과 회한을 늘어놓으며 늙어가는 모습이나, 우국지사마냥 뭔 일만 있으면 sns에 고견을 남기고, 사람들을 훈계하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 않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모색들도 진행중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나이 들면 진보던 보수던, 결국 가족의 품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듣느니 가족 이야기, 자식 자랑인 것이다.
아.....한탄이 좀 길어졌다.
사실 이런 한탄은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아깝다.
새로운 가능성, 무엇인가 기존의 한계를 깨드릴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란다.
5. 평화 시위를 만나다.
내셔널리즘 비판은 시효 만료가 아닐까. 반전 비핵화, 평화 공동체 만들기라는 기조로, 전혀 새로운 지역적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현실의 움직임을 보아야 한다.
내셔널리즘 비판은 오늘날 현실의 이러한 새로운 지역적 네트워킹을 가리고, 고착된 내이션의 경계를 다시 소환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고 있다. 아니 자주 직접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수행하기도 한다.
**후기.
어제 오늘, 신경숙 표절 문제로 sns가 들썩인다. 나는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에서 신경숙과 창비와 문동의 '문학적' 유착관계의 문제점을 비판할만큼 했다. 사실 그 글을 쓸 때,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비판을 할 가치가 있는가 고민했다. 그러나,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읽고 썼고, 그 이후, 이제 이들을 비판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싸운다는 것은, 이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
한국 문학이라는 이름이나 창비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직도 무엇인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조금 더 놀라웠다.
창비나 문동, 한국문학의 '패권'과 싸우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거리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기록을 읽고 보고, 연구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게 필요하다.
물론, 어떤 글에서도 썼지만, 나에게 '한국문학'이라던가 '문단'이 현장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않게 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런 입장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평 현장이라던가, 현장 비평가라는 관용적 표현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른바 현장 비평가라는 관용법을 여전히 사용하는 이들에게 도대체 그 현장이 어딘지를 묻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이 현장인 사람들이 있고, 거기서 열정을 다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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