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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대안적 플로우,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전후의 실험 모음 본문
이제 마지막 토크입니다.
그간 꾸준하게 토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말 그대로 읽고-쓰기를 나누는 지식의 향연이었습니다. 처음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또 한강 작품에 대한 여러 반응에 아쉬움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그간 '한강 작품'에 관해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나눠온 논의의 역사가, 또 한 번 지배 담론의 장에서 소외되고, 짓밟히고 있다고 하는 무참한 생각이 컸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팔짱 끼고 모든 것을 냉소하고 조롱하면서, "노벨 문학상에 광분하는 '멍청한 한국인들'"과 같은 식의 태도에도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다 죽어가는 한국 문학 권력을 되살리는 데 전유되고 있다는 식의 논의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간 한강 작품을 지역, 여성, 비인간, 소수자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나눠온 나름의 긴 역사를 짓밟고 비가시화 하는 방식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식이 다가왔지요. 어떤 집단들의 대표로 노벨 문학상 수상식에 참여하는 분들도 계시고, 관련 이벤트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역시 이에 대해서도, "멍청한 한국인들의 노벨문학상 광풍과 야단법석"이라고 냉소하는 논의도 같이 시작했네요.
토크를 기획하면서 토크의 마지막을 수상식 한 주 전으로 잡았습니다. 수상식 전후로 다시 여러 '붐'이 형성될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난리법석을 단지 "멍청한 한국인들의 난리법석"이 아니라, 여러 난잡한 이들의 난장으로 이끌고 즐기는 데, 우리 강좌가 어떤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나름 이 토크를 즐기신 분들에게는 그런 난장으로의 이끌림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준비에서 마지막 토크까지, 어설픈 제안을 받아주시고, 강좌를 이끌어주신 배하은, 김미정, 최다의(강좌 순서) 선생님, 강좌 운영 실무를 모두 맡아주신 박준훈 선생님, 여러 작업을 도와주신 김대성 선생님과 젠더어펙트 연구소 여러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다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토크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덕분에 여러 일들의 부담이 보람이 되었습니다.
다들 고생하셨고, 마지막 토크는 멋진 난장으로 즐겨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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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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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라고 말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입을 열어 나는 말했다.
살인자.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았다.
살인자.
더, 더 크게 말해야 한다.
......어떻게 할거야, 네가 죽인 사람들을?
온 힘을 다해 말을 잇다 퍼뜩 생각했다. 지금 그를 죽여야 하는 건가.
이게 모두에게 마지막 기회인가. 하지만 어떻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옆을 돌아보자. 얼굴도 숨소리도 희미한 일행의 가냘픈 성냥개비가 오렌지색 불꽃을 뿜으며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 불 빛 속에서 생생히 느꼈다. 그 성냥개비의 주인이 얼마나 어린지. 키만 웃자란 소년이라는 걸.
(중략)
아직 무사해.
거대하고 육중한 칼이 허공에서 나를 겨눈 것 같은 전율 속에서,
눈을 부릅뜸으로써 그 벌판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은 채 나는 생각했다.
비탈진 능선부터 산머리까지 심겨 있는 위쪽의 나무들은 무사하다.
밀물이 그곳까지 밀고 올라갈 순 없으니까.
그 나무들 뒤의 무덤들도 무사하다.
바다가 거기까지 차오를 리는 없으니까.
거기 묻힌 수백 사람의 흰 뼈들은 깨끗이, 서늘하게 말라 있다.
그것들까지 바다가 휩쓸어갈 순 없으니까.
밑동이 젖지도, 썩어들어가지도 않은 검은 나무들이 눈을 맞으며 거기 서 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내리는 눈을.
그때 알았다.
파도가 휩쓸어가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 한다.
무릎까지 퍼렇게 차오른 물을 가르며 걸어서,
더 늦기 전에 능선으로,
아무 것도 기다리지 말고,
누구의 도움도 믿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등성이 끝까지.
거기, 가장 높은 곳에 박힌 나무들 위로 부스러지는 흰 결정들이 보일 때까지.
시간이 없으니까.
단지 그것밖엔 길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하길 원한다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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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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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10시 40분이 넘어서 <연구 현장의 언어로 읽는 한강 소설.문학> 토크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잠시 멈추지만, 끝내 멈추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의 비상사태, 초토화 작전의 서막.
복잡한 정동들의 소용돌이
그 속에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며 하루가 지났습니다.
어쩌면 한강의 책 속에서 일어나기만 했던 일
민감한 작가만이 경험한,
그 '살인자'들이 마을을 불태우고,
집 문을 깨부수고
문을 두드리며 인사가 아닌,
살인을 위한 확인 절차를 반복하는,
연기로 가득한 마을들,
섬이 되는 경험
학살의 서막과 공포로 불타오르는 마을들을
2024년 오늘, 이곳의 일상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마지막 토크의 후기를 올리는 날이었겠으나
후기가 아닌 지금 이곳의 실시간 경험을 반추하는 글을 써나가야 하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식은 다음 주입니다.
그저 "멍청한 한국인들의 노벨 문학상 광풍과 야단법석"이었던 편이 '일상적'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그런 날들은 사라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을 수 없습니다.
하룻밤 사이 일어난,
비가역적일 것 같던 그날들의 도래 속에서
온 우주가
한강 작가의 말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토크에서도 말을 나누었듯이
우리는 단지 '작가 한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강의 작품을 통해
학살을,
학살에 대항하는 항쟁의 현재성을
그리고 그 항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그리하여 단지
삶을.....
계속해 나가기를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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