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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락 여중 학칙 반대 시위

alice11 2018. 6. 8. 08:34


"학교가 왜 속옷 색깔까지 정하나요?"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입력 : 2018-06-05 [19:32:45] | 수정 : 2018-06-06 [13:09:42]

부산 유락여중 학생들이 '검정 속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학칙에 반대하며 지난 4일 GCDA(Girls Can Do Anything)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학교 곳곳에 나붙이는 운동을 벌였다. 유락여중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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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유락여중 학교 계단과 건물 벽에는 지난 4일부터 포스트잇이 한가득 나붙기 시작했다. 포스트잇에는 'GCDA(Girls Can Do Anythig)'라는 글귀부터 '속옷 규제 대신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 달라' '성차별 발언을 일삼는 교사를 그대로 놔두지 말라'는 내용의 글귀가 빼곡하게 적혔다. 학생들이 이렇게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이 학교의 이해할 수 없는 학칙 때문이다.

학생들이 문제삼은 것은 하복을 입을 경우 반드시 흰색 브래지어만 착용해야 한다는 학칙 내용이었다. 이 같은 학칙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유락여중 우홍근 교감은 "색깔이 있는 속옷을 입어 바깥으로 속옷이 비칠까 우려해 있는 학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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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유락여중 
'하복에 흰색 브래지어만'  
학교 "복장검사 시작" 공지

"개인 선택 억압하는 학칙"  
학생들 포스트잇 붙여 반발

반면 학생들은 속옷이 비칠까에 대해 우려하기보다 학칙이 개인의 선택을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하복을 입기 시작하는 시점인 지난 1일 학교 측이 '4일부터 흰색 속옷을 포함한 복장검사를 시작하겠다'고 하자 학생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내용에는 '속옷을 고르는 것은 나의 선택이지 학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담겼다. 또 '속옷이 비쳐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비치는 속옷을 쳐다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일삼는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혐오 발언을 듣고 싶지 않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학교 밖에서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을 이어갔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모인 수백 명의 학생 의견을 정리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들에 대해 규제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넣는 한편 탄원서도 준비해 서명 운동을 펼쳤다. 탄원서 작성 하루 만에 4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단체행동에 나서자 학교 측은 4일 오전 학생 대표들을 불러 '절차를 무시한 행동을 하지 말아라'고 주의를 주는 등 제동에 나섰다. 학교 측은 이날 출근한 교사들을 통해 포스트잇을 수거하려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려다 비교육적이라는 내부지적에 따라 입장을 급선회해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학칙 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 교감은 "학칙 개정에는 절차상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의견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열망과 의견을 이해했고, 빠른 시일 내에 학부모 설문 조사를 통해 학칙 개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겠다"고 답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