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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서울의 봄>, 관람후 생생한 정동의 기록 본문
발표문을 넘기고 어깨 통증에도 <서울의 봄>을 보러감.
이 글은 관람 후 생생한 정동을 기록해두는 목적이기에 그 목적에 충실할 예정. 쌍욕 주의
1. 보고 난 후의 정동을 몇 마디로 정리하면
쪽팔림, 허탈함, '다 나가 죽어라 개..들아'...쌍욕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정동^^
2. 쌍욕에 대해
<서울의 봄>이 한남 유니버스라는 평에 대해서, 그럼 12.12 사태를 그렸는데. 전두광이랑 이태신을 여자로 만들어야하냐며, 친히 만들어서 공유하면서 "페미니스트 미친년"을 운운하던 이들
그때 영화를 보았더라면,...다 죽었스......
이런 이들이 지식인이라는 것도 쪽팔림.....
게다가 이들이 오늘날 "민주" 따위를 팔아먹는 이들이라는 게 쌍욕나옴......
3. <서울의 봄>이 잘 만든 영화라는 평에 대해
내가 한국 영화 전공자라면, 정말, 죽도록 쪽팔릴 것 같다.
3. <서울의 봄> 영화 자체는
민주화 운동의 실패
민주화 운동 연구의 실패
민주화에 대한 국가적 기억과 서사화의 긴 역사의 실패
말 그대로 87년 체제의 실패를 그대로 보여준다.
4. 12.12 사태를 비판하고, 그 주체들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는데?
그간 민주화 운동, 민주화 운동 연구는 무엇을 했는데?
영화는 모든 행위자들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오로지 쉬레기 군인과 참 군인만을 행위자로 부각.
어떤 비군인 행위자성도 전혀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민간, 시민이라 불리는 영역 뿐 아니라, 미국 조차도 행위자성을 지우고 면죄부조차 발급.
이 영화가 한남 유니버스가 된 건 바로 이 때문.
12.12 사태라는 새로운 소재를 차별화하기 위한 마케팅적 판단으로 군사 반란과 민주화의 말살 과정을 쉬레기 군인들과 참 군인 사이의 전투 퍼포먼스로 축소.
어떤 민간 행위자성도 드러나지 않으나, 나오는 민간인은 군인의 아내, 전두광이 일부러 말려들게 만들려는 길가의 시민들 씬 조차, 이태신의 영웅성을 부각하기 위한 소략한 에피소드.
5. 천만의 관객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감각했는지 그건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으나.
6. 적어도 민주화 운동의 주체라거나, 민주화 운동 연구자라서나, 근현대사 연구자, 국가 폭력, 학살을 연구한 주체로서는
그 모든 것의 실패를 곱씹을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
쪽팔림과 허탈함.
7 한국 영화로서도 큰 실패와 곤경
이런 식의 서사와 스펙타클에 의지하는 한국 영화는 미래가 있나?
8. 2007년 영화 <스카우트>의 마지막 장면에 초등학생(이종범)이 캐치볼을 하는 학교 운동장에 탱크가 밀고들어오는 장면은
군사 반란, 군부 독재, 민간인 학살과 국가 폭력이 무엇인지 감각적으로 보여준 영화사적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 <서울의 봄>에서 서울 한복판에 탱크가 밀고들어와도 그런 으스스함과 전율을 느끼지 못하게 영화는 그려졌다. 그 으스스함이 그려지기 위해서는 비군인 행위자성이 이미 서사 층위에서 구축되어 있어야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간인과 비군인 행위자성이 개입되었다면, 이 군인들의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이 단지 게임이 아니라,
광주가 바로 서울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으로
광주가 이 사태의 다음에 오는 시간성이 아니라
이 영화적 시간 그 안에 현재로 감각될 수 있었겠지만
영화는 그런 방향을 전혀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민주를 팔아먹는 이들조차 이태신의 남성적 영웅성과 군인 정신에 자신을 동일화하면서 왜 <서울의 봄>을 보고 젠더를 운운하냐는 그런 시대구나.....
그래서, 민주화운동은 실패했고
87년 체제도 실패했고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소동이 87년 체제의 실패를 쪽팔리게 까발리고 있다는 그런.......
9. 이제와서, 2023년에 전두광 일당이 모지리 쉬레기 군인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군사 반란과 군부독재와 국가폭력, 민간인 학살, 광주 학살에 대해서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 말이다.
지지리한 독재자를 까발리는 게 이제 와서 민주화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쪽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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