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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신현아 박사논문, "중공업 가족의 서사적 재현과 지역적 삶의 양식:지역, 노동, 가족의 다중 스케일과 젠더 지리를 중심으로"대신 전해드립니다. 2> 본문
연결신체이론/연결학과 고등교육
<신현아 박사논문, "중공업 가족의 서사적 재현과 지역적 삶의 양식:지역, 노동, 가족의 다중 스케일과 젠더 지리를 중심으로"대신 전해드립니다. 2>
alice11 2023. 5. 22. 13:08<신현아 박사논문, "중공업 가족의 서사적 재현과 지역적 삶의 양식:
지역, 노동, 가족의 다중 스케일과 젠더 지리를 중심으로"
대신 전해드립니다. 2>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 지방은 어떻게 청년을 내몰고 있나, 실태조사"
이런 식의 기사로 지면이 채워지던 날들, 이곳에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지방문제" 가부장적 문화, 산업 구조 개편 실패 등이 이런 담론의 주요 레퍼토리입니다. 타당한 것 같지만, 이런 식의 프레임은 전형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은 오늘날 유행하는 '자유' 지상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을 떠나는 게 답이다, 지방문제가 극심하니까 청년들이 지방 이탈하는 거 아니냐,
산업단지, 조선소, 뭐 어쩌라는 거냐, 다 끝난 산업이다, '글로벌 자본주의 몰라요?' 그걸 지켜서 뭐 어쩌라고?
이런 담론은 산업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지방대, 벚꽃처럼 지다"이런 류의 논의들. 어차피 망할 지방대, 하루라도 벗어나라, '글로컬 몰라요?'
제일 먼저 이런 이직의 자유, 더많은 연봉을 향한 자유를 실천하는 게 지식인들 혹은 교수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자유 세계에서는
"왜 파업을 해? 이직을 하면 되지"
"지방대 왜 지켜? 서울대 가면 되지"
"왜 꼭 원직 복귀해야되?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이직해, 성폭력 피해자랑 한 직장에 있는 거 불편해."
이런 논의가 당연시됩니다.
그래서 도대체 다 망해가는 지방대 청소노동자들은 왜 이직하지 않고, 원직을 지키며 살겠다고 파업하는 지, 이들은 도통 이해가 안가고.
다 망해가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도 아니면서 왜 원직을 지키려고 파업하는지도 이해가 안되죠(자칭 좌파들의 글로벌 자본주의 몰라요? 따위까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원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권리라는 것도 도통 이해를 못하죠. (이직 해, 왜 그래? 이런 식의)
다 망해가는 지방대 인문대에서 수도 없이 듣는 말들.
(글로컬 몰라요? 경쟁력 없는 대학은 없애야 해, 이직해요, 거기서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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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직하는 세상에서.(자유의 세계)
원직을 지키려는 시강강사, 노조의 파업은 이해되지 않는 세계이고.
원직을 지키려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도 이해되지 않는 세계이다.
다들 자유를 만끽하는 데
이들은 다른 세계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주권,
기업은 노동자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지만, 이들이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요구할 때, 인간다운 삶을 요구할 때,
그들의 있지도 않던 주인의 자리는 노예의 자리였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그들이 하던 일을 계속 하겠다고 요구할 때, 그건 불가능한 주인됨에 대한 요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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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 산업단지가 거덜 날 때까지, 한번도 인정되지 않았던 주인의 자리.
다 망하고, 다 이직의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
이른바 '남겨진 자들'이
남겨진 자가 아니라, 남기를 선택할 때
다른 삶이 펼쳐진다.
교수들 모두 이직하기 바쁜 지방대에서, 파업하는 건 비정규직 뿐인 것도..
누군가 이야기하듯이
파업과 함께, 우리의 학교는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지방 산업 단지와 지방대, 소멸하는 지방에서의 어떤 파업은 노동의 권리만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권리, 그 권리를 주장할 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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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아 선생 논문의 인상적인 구절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래는 논문 본문 일부입니다.
<신현아 박사논문, "중공업 가족의 서사적 재현과 지역적 삶의 양식:
지역, 노동, 가족의 다중 스케일과 젠더 지리를 중심으로"> 본문 중에서
조선소의 소식을 전하는 보도 속에는 ‘귀족 노동자’들이 ‘흥청망청’하던 ‘불야성’의 몰락에는 관심이 있지만, 여전히 ‘조선소가 전부’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렇게 산업이 할당되고 ‘조선소가 전부’가 되는 것이 삶의 조건으로 정해진 구조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역사 속에서 지역에서의 삶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계속해서 동원된 후 다시 치워지고 대체되었다는 것 역시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지역은 그렇게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바깥에 놓인다. 지역적 삶의 양식에 대한 무관심은 지역의 몰락을 지역의 책임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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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인 유최안은 인터뷰에서 ‘거제시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지역과 산업이 ‘몰락’하고 있고, 지역의 주민들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 더 이상 누구도 이 지역에서 “뼈를 묻고 살고” 지역의 주인이 될 것을 경쟁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거제시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업과의 일체화가 아니라, ‘내 삶은 나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지역에서의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일궈놓은’ ‘인간다운 삶’이다. 그렇게 지역에서의 삶은 ‘몰락’이 아닌 ‘존엄’의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거·통·고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 도크를 점거하면서 ‘스펙터클’의 대상이던 거대한 조선소를 전체를 일시 중단시키고 파업을 이어가면서 들었던 구호인 “이렇게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과거 조선소 도시로 이주해온 노동자들이 ‘문화적 불모지’에서 살아가는 것을 ‘갇힘’으로 경험했던 것과 닿아있다.
그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은 과거 조선소 도시로 이주해온 노동자들이 지역을 ‘문화적 불모지’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삶이 고립되어 있음을 주장하며, ‘노동 외’에 원했던 다른 무엇의 이름이기도 하다.
‘노동’ 밖에는 주어지지 않은 ‘문화적 불모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희망’이라는 정동을 통해 노동자를 경영하는 ‘기업 문화’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제 지역, 노동, 가족이 모두 대체가능한 것이 되면서 ‘기업 문화’가 아닌 ‘물량팀’이 자리잡게 된 상황에서, ‘문화’라는 이름의 ‘인간적인 삶’이자 ‘존엄’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지역의 ‘일자리’에서만 해법을 찾는 식으로 ‘노동’만을 부각시키는 논의는 여전히 국가에 의한 새로운 산업을 배치하는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긴 역사 속에서 언제나 대체되고 밀려나고 하청화되어왔던 지역적 삶의 문제를 반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지역의 ‘노동’만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결국 그렇다면 다른 노동이 가능한 지역,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또다시 이주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유최안은 “돈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문제라고 답하는 것이다.
하여 지역에 몫이 없는 자라고 여겨지던 사람들이 ‘산업’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을 맺고 투쟁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집단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지역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야 한다는 미래까지 결정할 집단적 권리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그가 선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역에 대한 권리이다.
국가는 지역을 착취하고 쓸모가 다하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구조조정을 한다.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과 이주하게 된 사람들은 서로 지역의 주권을 놓고 다투지만 그렇게 지역의 주인이 되어도 시효가 만료되면 또 다시 새로운 이주자들에게 밀려나는 삶을 반복해왔다.
국가와 자본은 그렇게 박탈되는 지역에서의 삶과 몰락의 문제를 지역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없이 대체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계속해서 뿌리 뽑힌 삶을 재생산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오히려 지역이 몰락하고 삶이 파괴된 후에, ‘물량’으로 간주되던 사람들이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인간다운 삶’을 지키고 존엄과 권리를 지역에서 찾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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