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등 교육에 대한 단상 1: '현지'의 재구조화와 정동정치 2

한국 고등 교육에 대한 단상 1: '현지'의 재구조화와 정동정치 2

앞선 글은 대학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위해서만은 아니고 고등교육 개혁과 관련한 논의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기 위함이다.

1. 현지화 된 지식 생산을 위한 연구 중심의 대학원 제도 개편

앞서 논한 것처럼 한국 대학은 학벌 체제와 미국화를 기조로하기에, 한국의 학벌 상위 대학의 주요 기능은 "미국화된 지식 수입상"과 "미국화된 지식 시장에 진입하는 유학 예비 학교"의 역할과 가치에 의해 구축된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이른바 "학벌 상위 대학"은 그 역할에 충실하고, 충실해야만 학벌 체제가 유지된다.

그리고 이 체제를 변화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역설적이지만 학벌 상위대학이 수입상과 유학 예비학교 기능에 충실하도록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서울대를 중심으로 대학원 중심 대학을 재편한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서울대 대부분 전공은 대학원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미국 유학이 아니라, "현지화된 지식 생산 전문가"가 되고 "현지화된 지식 제도에서 성장하는 연구자"가 될 인력이 존재하는 곳에 대학원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른바 현지화된 지식 전문가를 양성할 분야와

이 분야 중 특히 지방대가 대학원 제도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2. 스카이 대학을 학부 중심 대학으로, 현지화된 지식 전문가 양성 기관으로서 지방대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그러니까 앞으로 디지털 기술 지배가 가속화되고 이 기술 자체가 미국 중심성을 더욱 강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보고 있듯이 디지털 기술 논의는 미국 전문가들을 바쁘게 만든다. 학벌 상위 대학이 이런 지식과 기술 수입상과 유학 예비 학교 기능을 계속 하게 될 전망도 뻔하다.

그러니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하나의 대응, 전유, 대항의 거점은 현지화된 지식 전문가를 양성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 역할은 기술 수입과 유학 예비 학교 기능에 올인하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현지화 지식 양성 기관으로서 지방대를 강화하고 대학원 중심의 연구 기능을 지방대로 이전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즉 스카이 중심의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를 서로 다른 기능으로 할당하고 재편.

스카이 중심의 인서울 대학은 미국 중심의 지식을 발빠르게 수입하면서 미국 유학을 활성화하는 예비 학교의 기능을 강화.(지금도 그렇고 이게 학벌 위계를 계승해주는 주요 기능이기에 어렵지 않다.)

지방대와 인서울 대학의 경우도 미국화와 다른 경로로 현지화된 지식을 양성하는 분야와 기관을 대학원 중심의 연구 대학으로 할당하고 설정해서,

글로벌한 기술 경쟁 시대에 한국에서만 가능한 현지화된 지식 생산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을 구축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