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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 정치 기획의 배제와 식민화된 지방소멸 담론의 부상: 국가와 주권성에 대한 질문이 멈춘 자리 본문

대안적 지방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

탈식민 정치 기획의 배제와 식민화된 지방소멸 담론의 부상: 국가와 주권성에 대한 질문이 멈춘 자리

alice11 2024. 6. 17. 19:25

힐링 여행의 아포칼립스와 정착민 식민주의의 정동들(요약 소개 1)

 

대중서사연구, 대중서사학회, 2024, 30권 2호 발간 예정

 

역사를 다시 쓰지 않고 지방의 미래를 말할 수 있을까? 역사를 다시 쓰지 않은 채, 지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지방에 소멸이 아닌 다른 미래를 마련할 수 있을까? 조앤 W. 스콧이 여성사의 딜레마와 젠더사 이론의 재구축을 논하면서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 제기한 질문을 지방소멸에 대해서도 제기해 볼 수 있다. 조앤 W. 스콧은 버지니아 울프의 질문을 인용해서 자기 나름으로 다시 쓰면서 역사를 다시 쓰지 않은 채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역사를 보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략

 

이 연구에서는 지방소멸 담론이 지방에 대한 식민화를 생산하고 재생산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지방소멸 담론이 제국주의와 전시동원 체제의 이념을 반복한다는 비판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한편으로 한국에 도입된 지방소멸 담론은 이러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화와 전시동원의 이념을 반복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서 지방소멸 담론이 비판 없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근대사 이래 지속된 탈식민주의 정치적 기획과 이론 실천이 사라지거나 배제되어 온 사회적 변화와 이론적이고 정치적인 지형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비판이 이미 2008년 이후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지방소멸 담론이 휩쓸고 있는 2024년 현재 지방의 식민성에 대한 논의는 힘을 잃었다. 이는 단지 지방과 관련한 문제만은 아니다.

 

해방 이후 분단 체제인 한국에서 탈식민 기획은 도도하게 이어졌다. 탈식민주의 이론이 부상한 1990년대 들어 이른바 주권 국가라고 여겨지는 후식민 국가가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식민화 상태라는 점을 여러 지점에서 다시 고찰할 수 있었다. 지방이 식민지라는 언명은 이른바 내부 식민지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식민화에 대한 이론적 비판의 연장에 있었다.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논지를 새삼 반복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탈식민주의 이론과 분단 이후 지속해 온 탈식민 기획의 역사에서 탈식민은 소수자의 해방 뿐 아니라 식민화된 국가의 해방을 의미했다. 즉 국가의 주권성은 전혀 자명하거나 명백하지 않았다. 분단 체제 이래 지속된 탈식민 기획에 담긴 주권 없는 국가에 대한 비판을 담은 무수한 역사 자료들은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settler colonial state) 비판의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2024년 한국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 질서 하에서 국가성을 둘러싼 타이완의 고투를 한국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견고한 주권 국가라는 인식이 어떤 점에서는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담론은 주권성에 대한 한국의 이러한 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주권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나긴 탈식민 기획의 역사는 망각되었지만, 국가성에 대한 견고한 확신은 오히려 강화된 역설적 상황이 오늘날 한국의 지방소멸 담론이 힘을 얻는 중요한 요인이다. 즉 실질적인 탈식민 주권성을 얻지 못하였으나 국가성에 대한 견고한 확신이 더욱 강해지면서 그 균열을 봉합하는 기제로 지방소멸 담론과 내부 식민지에 대한 차별 정책이 견고하게 등장했다, ‘내부 식민지에 대한 배제와 절멸의 기획이 주권성의 실질적 부재와 정동적 강화 사이의 딜레마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지방소멸 담론은 주권성의 정동화 혹은 정동적 국가성의 산물이며 이를 재생산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로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대는 벚꽃처럼 진다고도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