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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혹은 동등한 접근권을 위하여(2020사례연구 글순서 마지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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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혹은 동등한 접근권을 위하여(2020사례연구 글순서 마지막)

alice11 2020. 2. 9. 13:43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살고 고민하고 실천하신 분들은 다 그랬겠지만, 부산에서도 지난 며칠 차별선동과 싸우고 비판하면서 좌절과 무기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할지 고민하고 논의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차별선동 세력이 공론화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도구화하려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부적으로 긴 논의를 이어갔고, 당장은 공론화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상황에 대해 인지하시고 왜 대응이 없는지 의문을 갖고 계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 몇자 남깁니다. 지난 며칠 최근 1년간 유일한 단 1주일의 <연구소 휴가>였는데, 온통 차별선동과 싸우느라, 사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페북에 글을 남길 여력이 없습니다.

1. 터프는 20대이다? 20대의 신자유주의의 문제라는 논의
물론 숙대 사태에서 차별선동 성명서를 낸 이들이 대부분 학생동아리여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일반화할 수 있을까?부산의 경우 90년대 영페미를 중심으로 한, 즉 현재 40대 이상이 터프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지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주로 10대와 20대 페미니스트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열다북스를 비롯한 여러 정황을 보아도 이걸 세대 문제로 환원하긴 어렵지 않을지.

2. 결국 페미니즘이 문제다.
많은 분들이 그런 글을 올리고 계시네요. 저는 터프가 파시즘이라고 오래 비판하고 페미니즘으로 받아들이거나 토론 대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지만, 그 과정도 결과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한계였을 수도 있겠고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고 대응 전략의 문제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페미니스트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보지 않았을까도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을 면책하거나 저 자신의 알리바이를 삼으려는 건 아닙니다. 이번 부산 지역 문제를 대면하고 싸워나가면서 저 스스로도 제 한계를 크게 느꼈고 깊은 절망을 마주했습니다.

차별선동을 페미니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이들을 비판해가면서도 이제 거기서 더 나아가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가갸 할텐데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3. 부산지역에서'페미니즘을 도구화하는 차별선동에 맞서서 비판 담론을 구성하기 위해 계속 자료를 찾다보니 몇가지 참고 자료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찾고 공부하고 해독하고 한 것이라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이미 이런 제도에 대해 충분히 조사 연구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차별선동과 싸우는 일이 소모적이었지만 몇가지 새로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부산 지역에서 터프를 주장하는 이들과 터프 조직의 관계를 살펴보았기에, 성명서를 제출한 서울의 학생 동아리의 경우는 이 사례와 마찬기지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성의 안전'이나 '여성공간에 침입하는 소수자'라는 문제를 빌미로 정당화되는 차별선동이 반복적이고, 몇몇 중심 그룹의 계획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 제가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몇년동안 공표했던 그***도 자기가 빅픽처가 있다고 공언했지요.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 반대와 함께 성별정정 법제화 반대 성명과 차별금지법에 성정체성을 차별로 포함하는 걸 반대한다는 주장을 단계적이고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학교 입학 관련 반대라는 '여대 당사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 사안을 트랜스젠더에 의한 여성공간 침해라고 보면서 성별정정 법제화 반대나 차별금지법에 성정체성을 차별로 포함하는 데 반대한다는 주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표하는 세력을 주의 깊게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이 사안에서 국가, 정부, 학교의 역할: 여성대 트랜스 젠더 문제로 환원하면서 가려지는 일들

너무 많은 게 있겠지만, 자료를 찾다가 보니, 사실 이 사태는 "Equal Access Rule" 평등한 접근권에 대한 법적 규정이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걸 환기해주는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성중립화장실에 대한 요구나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이 문제는 진행되고 있고 그마저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긴해서, 어떤 분들에게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특히 아주 오래 터프들이 트랜스젠더의 위험성에 대해 가짜뉴스에 가까운 사례를 유포해왔고, 이번에도 트랜스 젠더 홈리스가 여성 쉼터에 들어왔을 때의 위험성에 대한 글이 유포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사례를 보고 아 위험하기도 하구나, 그럼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여성 쉼터 입소자가 자신이 쉼터에 있었을 때 트랜스젠더 여성이 들어와서 쉼터 여성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는 번역 글이 터프 페이지에서 출발해서, 인터넷 여성커뮤니티를 통해서 유포되고 있고, 부산에서도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대 입학에 반대한다는 여성활동가에 의해서도 증거라고 제시되었습니다. 이 자료 출처를 찾다보니, 이 글이 미국의 특정한 정치색을 지닌 매체에 특정 시기에 유포되었고 이 시기에 미국에서 "Equal Access Rule" 이 확대 제정되고 공표된 때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쉼터에 들어와서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글이나,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척해서 벌금을 물었다거나 하는 글이 돌아다니는 건, 이 사태들이 미국의 "Equal Access Rule"과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라는 걸 반증합니다. 2012년 제정된어 2016년 확대개편되어 공표된 "Equal Access Rule"은 주택, 교육, 사회서비스 등 각 분야에 대한 세부 규정이 있습니다.

앞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공간(쉼터)에 들어와서 여성안전을 침해한다는 글이 널리퍼진 사건에 대해 비판하고 법적, 제도적 지침을 다시 강조한 아래 글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료 1 https://www.oregonlive.com/…/discrimination_has_no_place_in…
(칼럼 일부)

In the social service sector, the expectations of key federal agencies are clear on this point. Both the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explicitly prohibit discrimination based upon actual or perceived gender identity. A 2014 ruling by the DOJ clarified this policy for entities funded under the Violence Against Women Act, providing guidance that a) all shelter operators, including programs serving survivors of domestic and sexual violence, shall honor individuals' self-reported gender when assigning beds and services, and b) providers should not subject individuals to invasive questions regarding their anatomy, medical history or related documentation.

(번역)이 문제(말카 데이비스의 경험담)에 대해 연방정부는 사회서비스 분야가 무엇을 해야할 지를 분명하게 밝혔다.(미국은 연방제이므로 연방정부나 기관의 의미) 법무부와 주택도시개발부는 “실제적이거나 인지된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명백하고 단호하게 금지하고 있다. 2014년 DOJ의 판결에 따라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운영되는 모든 단체나 기관, 그리고 모든 쉼터 운영자와 가정 및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보호시설 운영자는 모든 개인들에 대해 자신들이 보고한 성별을 충분히 존중(honor)해야 하며, 방이나 침대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배정할 때 이러한 존중에 기반하여 이뤄져야만 한다. 또 쉼터의 운영자는 쉼터 입소자에게 그들의 의료 병력이나 관련된 서류를 기반으로 그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 (번역)

즉 기존의 남녀로 젠더화된 모든 공간은 성별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차별하면 안된다는 데서 더 나아가서, 소수자에게 적절한 편의시설과 공간을 제공할 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해둔 것이 "Equal Access Rule"입니다.

예를 들어 주거, 쉼터, 공간과 관련된 사회적 서비스에서 "Equal Access Rule"은 다음 사이트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동등한 접근권 관련 법안을 볼 수 있는 미국 HUD(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홈페이지
https://www.hudexchange.info/…/equal-access-to-housing-fin…/

즉 국가가 법령과 제도로서 혹여나 있을 수 있는 기존의 여성의 불안을 완화하고 여성의 불안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하는 법제와 지침을 만들 의무가 국가와 정부 기관, 유관 기관에 있는 것이지요.

또 교육에 있어서 동등한 접근권에 대한 기본 요점을 담은 미국 교육부 자료도 첨부합니다.

https://www.cde.ca.gov/re/di/eo/faqs.asp
이 지침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해 같은 학교 학생이나 혹은 부모가 불안을 표현할 때 학교 당국이 이에 대해 대처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국가, 정부기관에서 소수자의 공간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 지침, 규정이 있고, 이에 따라 각 기관이 소수자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을 완화하도록 여러 조처를 하며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적합한 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인 절차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었겠지요.

5. 페미니스트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도 있으나, 모든 걸 페미니즘 탓으로 떠넘기는, 특히나 기성세대 분들, 지식인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앞서 제시한 몇가지 사례, 즉 공간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 가능한 제도, 법, 학교, 사회를 만들어야 할 의무는 저희 기성세대에게 있습니다. 누구 탓을 한다고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