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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혹은 다른 곳 2015

2018 히가시쿠조 마당에 가기

alice11 2018. 10. 24. 18:00

올해도 히가시쿠조 마당에 갑니다.

교토에 계신 분들 기회가 되면 만나요.

한국에도 히가시쿠조 마당이 좀 소개가 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제게 왜 여기에 관심이 있느냐고 자주 묻더라구요.

'가서 뭘 하느냐'

기회가 되면 대풍물에 참여하고 강당에 퍼질러 앉아서 수다 떨고 밥먹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물 뒷풀이 한마당에서 미친듯이 소리치고 춤추고 ^^

일본에 있던 일 년, 매주 참여했던 마당 연습 때
연습하다가 힘들어서 강당에 퍼질러 누워있을 때
너무 편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가 여기 있는 이유'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할까요. 아직은 다 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의 기록에는 "ce n'est pas la nationale이것은 민족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메모가 있지요.

그러나 그것도 아직은 아니고, 어쩌면 아직은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한 상태가 더 맞는 것 같네요.

누군가에게는 교토-자이니치-풍물-마당이 연상하는 전형적인 단어와 규정이 있겠지요.

그러나 히가시쿠조 마당은 제게 바로 그런 말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에 대한 공부를 준 곳이기도 합니다.

교토의 유명한 세미나에 참석한 동료는 일본 연구자에게 제가 '구좌파'와 가까운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다던데. 때로 그 어구가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마당에서 느끼는 감각이 '구좌파' 감각 같은 것일까요?

그렇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산에 온 지 십여년, 아주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자리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실패도 기쁨도 많았지요.

저 스스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한데 제가 이곳에 있다는 것, 그것도 함께 있다는 감각을 온 몸으로 느껴본 건, 올해 열린 "끝장집회"에서였습니다. 그런 유사한 감각이랄까요.

원래 헤이트스피치 비교 연구를 위해, 그 감각을 몸에 새기기 위해 다녔던 길이었습니다. 교토 지하철 역 '개구멍'으로 드나들면서, 그 격차와 낙차를 몸에 새겨보는 일.

그런데 다니며, 오히려 연구를 하기는 더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국 연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마당에서 친구들을 만났지요.

올해도, 강당에 퍼질러 앉아 수다 떨고 먼지바람을 맞으며 풍물 소리를 드높여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