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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그녀는 왜 목을 자르지 않았을까--다른 수행으로 버티기> 본문
세월호 7주기를 맞는 아침입니다.
오늘의 1일 1포는 아침에.
하루 한번 포스팅 수행중인데요. 문득 이게 하루 한번씩 먹는 약과도 같고 하루 한번씩의 포기 같기도 하고, 하루 한 포기씩 커가는 증오의 덩쿨손을 바라보는 일 같기도 하고, 하루 한 포기씩 키워보는 다른 잎파리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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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란 제게,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두가 다들 '이게 뭐지?'하며 무슨 물음표라도 머금은것처럼 눈과 입을 떠억 벌리고 멈춰서있던
아직도 형언할 표현을 찾지 못한 그 정동의 한가운데에서
그것이 슬픔이 되었다가 애도가 되었다가 분노가 되었다가
그런데 어느날 방향을 바꾸어 증오와 사냥으로 돌변하던
그 모든 되어감을 살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말도 찾지 못했는데, 정말 상상할 수 없던 증오가 퍼져나가고 사냥이 시작된 한가운데서
저는 아마도 큰 충격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것 역시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태였기도 합니다. 이 놀라운 되어감, 놀랍도록 돌변한 시대의 흐름에 분노와 충격을 넘어 뭔가 저역시 마치 좀비가 되기 직전처럼 무섭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다 찢어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하루에도 여러번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이 증오로 뒤바뀌는 변용에 되먹히고 있는 상태라는 걸 인식하기는 힘들었으나, 화를 내고 날뛰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뜨거운 햇볕 아래 이어진 길고 긴 행렬 속에서 같이 탈진해가며 걷고 또 걷는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제게 촛불 광장은 그런 걷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던 발걸음이 자연스레 당도한 곳이었고
탄핵 이후, 그 무섭도록 충격적이던 날뜀들이 <오롯이 아래로부터의 자발성>만이 아니라, 정부, 기관, 미디어, 단체로부터의 작전이기도 하다는 걸 아는 일이,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았으나, 다시금 연구에 몰두하도록 저를 독려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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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 세상은 사람들은 흐름은
세월호 유족을 저주하고, "자식 시체값을 협상한다" "자식 팔아 특례입학 챙긴다" "세금도둑이다"라며 사냥과 증오 몰이로 날뛰던 그 사람들 말들 목소리들 그대로 입니다.
그때의 일들이 우주 행성 깐따비라에서 온 외계인이 만든 일도 아니고, 어처구니없지만 촛불 집회에 나온 사람들도 같은 이곳 행성 출신이며, 오늘 여기서 페미니즘을 저주하며 혹은 점잖을 떨려 사냥에 동참하는 이들도 역시 같은 행성 출신의 <그때 그사람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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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우리가 어떻게 되어갈 수 있는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슬픔도 증오로 돌변하고
유족을 향한 안타까움도 나의 오늘을 계산하는 사냥과 저주로 돌변하고
그런 사냥과 저주와 증오로 날뛰던 그 몸들이 촛불도 들고,
또 다른데서 촛불도 들고, 촛불 들고 저주도 하고
그렇게 또 다른 몸이 되어간다는 부대끼고 부대끼는 무한한 되어감과 이를 단지 환멸과 냉소와 조롱이 아닌 다른 부대낌으로 맞서고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던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그 배움이란 홀로코스트 수용소를 "대학"이라고 했던 프리모 레비의 배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배움의 길 위에 있기도 합니다.
파시즘과 젠더 정치 연구를 통해 제가 배운 건
파시즘이 출현하는 "대중의 자발성"이라는 게 사실 그런 의미의 대중이나, 자발성이라는 개념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파시즘이란 경향적으로 근대체제 내내 흘러다니지만 왜 어떤 시기에는 운동이 되고, 다른 시기에는 체제가 되고, 누군가는 파시즘 정부를 구축하고 그걸로 세계가 전쟁을 하게 되고. 역시 그렇게 계속 다르게 되어간다는 것.
그래서 파시즘이 언제나 내 곁에, 내 안에 흘러다니는 파동들이지만 그걸 운동이 되게하고, 조직화하고, 전쟁도 만드는 건
그 파동을 조직화하고, 사냥을 지휘하고 몰아가는
국가, 제도, 정치조직, 미디어, 지식인들의 통치술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말이 길어지네요.
그런 배움을 통해 저는 사냥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이 증오몰이의 한가운데서, 증오의 덩쿨손이 정말 자고나면 세상 한켠을 다 덮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때
분노나 환멸을 통해 덩쿨손과 하나가 되지 않고, 그걸 버티고, 다른 몸이 되기 위한 어떤 수행성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냥에 동참하지 않기.
그래서 저 사냥의 말들을 실어나르는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증오의 온상이라지만, 앞에 드린 되어감의 자발성의 조직화라는 맥락에서 볼 때, 그건 언제나 그런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 거기 불지르는 조직화에 나선 흐름에 맞서고, 정확하게 그들을 겨냥해야 합니다.
국가, 정부, 단체, 정치인, 지식인, 미디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거기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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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는 탈진하기 위해 집회에 나갔습니다. 사냥에 동참하지 않기 위해.
밀양 때는 사실, 이 탐라에 떠도는 지방 혐오-나와 가깝다고 느꼈던 이들이 내뱉는 지역차별 발언에 치를 떨며 애를 끓이는 저 자신을 보고 놀라, 매일 매일, 밤 10시 <밀양을 위한 3분>을 이곳에 남기는 묵상의 시간을 시작했고 매일의 3분을 2년 넘게 지속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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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에서 날뛰는 증오의 몸들 역시
그렇게도 되고 이렇게도 되어지는 몸들입니다.
필요한 건 증오에 되먹히지 않는
다른 몸이 되는 수행적 실천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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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킹덤>의 그녀는 자신을 먹어삼킬 존재로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의 목을 따지도 않고, 정성껏 그 몸들을 숨켜두었더랬지요. 치료를 향한 그녀의 열정이 무엇인지는 또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마치 본능처럼, 다른 몸이 된-한때는 가족/친구였던 이들을 재빠르게 적으로 감지하고, 목을 베어버리는 왕자와 달리
왜 그녀는 그들의 목을 베어버리지 않았을까.
그건 드라마가 준 질문이 아니라,
세월호 이후
길고 긴 증오와 사냥과 슬픔과 분노와 환멸로 되어가는 길고 긴 날들
노래하고 춤추고, 기도하고 행진하며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외쳤던
그냥
그렇게
이 도저한 증오의 바다에서 버티던
그녀들이 준 질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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