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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이직해,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본문
꽤 여러번 참가했던 AAS.
AAS에 대해 생각하면 몇가지 소회가 떠오른다.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온통 돈 생각 뿐이었던 기억, 다른 학교에서는 참가만 해도 지원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좌절감.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던 학회는 좀 흥미로운 관찰의 기회이기도 했다. 장소성은 망각되고 메리어트만 기억에 남은!
역시 돈이 없어서 그 화려한 5성급 호텔 룸을 몇명이 쪼개 쓰면서 5성급 호텔 침실을 써보지도 못한 채 구석마다 처박혀서 발표 준비를 하던 연구자들 풍경도 그 중 하나.
왜인지 자꾸 울리는 화재경보로 자꾸 호텔 바깥으로 대피하던 풍경.
무엇보다 메리어트 세미나 룸에서 아시아에 대해 발표하는 메인 스피커는 거의 전부 미국의 백인 남성 지식인이고
아시아에서 온 학자들도, 아시아계, 유학파, 네이티브 아시아 학자, 학교에서 지원받고 온 부자 아시아 학자, 비정규직인데 취업해야해서 남의 방에 얹혀서 한 잠도 못자고 발표만 하고 돌아가는 아시아 학자들로 빼곡하게 나뉘어 있고. 그런데 여기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아시아에 그런 아시아는 없고.
계급이나 인종, 젠더 차이는 메리어트 세미나실 바깥에만 있는 듯했다.
AAS가 열리는 메리어트 세미나 룸은 비백인 종업원들의 관리, 서비스로 운영되었으나, 그들은 세미나 룸 창문 바깥에 잠시 그림자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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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살이 닳아버릴 것 같던 싱가폴, 역시 세미나룸 안은 시리도록 추웠고 그 안의 사람들은 온통 영어로 아시아를 말하면서 숄을 두르고 토론을 이어갔다. 살 떨리게 춥던 세미나 룸 창문 바깥에는 그 뜨거운 태양 아래 학교 정원을 다듬던 노동자들이 가끔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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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방 담론을 둘러싼 풍경은 이와 다르지 않다.
메리어트 세미나룸에서 울려퍼지던 아시아처럼
5성급 호텔을 울리던 계급, 인종, 젠더 인 아시아 같은 주제들처럼.
지방 거주자는 '네이티브 지방민'으로, 이 글로벌 이주와 계급 사다리의 와중에 있다.
네이티브 지방민은, 서울 이주자에서 미국 이주자를 거쳐야 비로서 언어를 갖는다. 서울 거주자란 미국 이주(혹은 영어권 이주를 비롯한 글로벌 사다리 위로 올라가기)를 위한 열차에 올라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네이티브 지방민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이나 글로벌 이주 열차에 올라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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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청년-여성들에 관한 어제 기사는
"고향의 지속 가능성을 비관하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미 죽은 도시”(창원), “누가 거기(통영) 살고 싶겠냐”는 자조가 적지 않았다."
이렇게 끝난다.
어제 탐라에 많은 이들이 이 기사 피드백은 하면서 유사한 결론을 내리더라. "누가 지방에서 사냐", "소수자는 지방에서 못산다."
이런. 물론 어떤 맥락에서 나온 논의인지 모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식의 담론은 지방에 '남아야 하는' 사람들, 또 지방에서 살고 있는 소수자들, 나아가서 지방에 '남아서', 지방을 변화시키려는 소수자들의 노력을 부정해버린다.
지방은 이미 죽은 도시고, 소수자들이 살 수 없는 땅이고, 서울 이주만이 답이라면 지방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다.
이 탐라에서도 지방에 대한 논의는 그런 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직해, 왜 거기서 난리야', '지방대<도> 문제지, 뭘 차별이래' 이런.
사실 이런 논의 방식은 인서울, 수도권 거주자라고 피해갈 수 없다.
"미국 이민가, 한국은 어차피 가능성 없어." "소수자는 한국에서 못살아,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헬조선, 이민이 답이라는 논의는 사실 지방 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인서울, 수도권에서 살고 활동하면서 소수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만 이런 피드백을 듣지는 않는다.
"이민가, 한국에서는 소수자가 못살아.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이런 피드백 말이다.^^
어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온통 이런 이야기를 탐라에서만이 아니라 온 세상에서 만났기 때문에.
한칼에서 강희정 선생이 비판했듯이. 지방 청년에 대한 담론, 정책이 온통 "지방을 떠나서 서울로 가는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실과 이를 벗어나지 않는 담론 구조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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